밥주걱 밥주걱 /호당/ 2024.8.9대량 급식소 가령 노인복지관에서 한 끼 점심은 한 이백 명쯤 되지 않을까밥주걱의 권리는 대단하다퍼주는 대로 먹어식판의 밥을 조금 더 달라한 숟갈 덜어달라흥주걱의 마음과 네 마음 같냐푹 떠주거나 덥석 덜어가거나앞으로 군소리 말고 많으면 남기고 적으면 물 한 모금 더 마시고밥주걱 권력을 인정하면 꼬리말 달지 말자 자작글-024 2024.08.10
스테플 스테플 (Staple) 2024.8.10그토록 구하고자 한 시집절판된 지 20여 년집요하게 찾으려 한 내가 어리석을까원본은 없고 탁본처럼 박힌 시집을 딸애가 내 간절한 마음을 달래주었다얼마나 책장을 넘겼는지 제본은 떨어져 낱장이 갈기갈기 흩어져나간다반창고로 터진 둑처럼 막았지만 역부족이다스테플*을 망치로 쳐서 고정했더니떨어져 나간 시 편편이 묶여 정돈되었다제각각 흩어진 마음도스테플로 고정하면 흐트러진 우리 마음을한데 묶을 수 있을까*U자 못. 꺾쇠 자작글-024 2024.08.10
푸른 계절의 사랑에 푸른 계절의 사랑에 /호당/ 2024.8.8 먼저 푸르러 꽃피웠다 하여보라는 듯 팔랑거린다지금은 유예한 사랑언젠가는 오리라하루 한 번 올 때도 있고오지 않을 때도 있는 버스언젠가 온다는 희망은 놓지 않는다겨우 차비 정도만 주머니 차고 기다림은 낯 뜨거운 행위가 아닌가기다리는자에 실망은 없다내 사랑도 함께 탔다니이건 행운이 아닌가푸른 이파리가 활짝 뻗는다천도복숭아 움켜쥔 행운이다 자작글-024 2024.08.09
복숭아 파는 할머니 복숭아 파는 할머니/호당/ 2024.8.7복숭아 계절에 폭염이있다건널목 잡아 별로 탐날 것 없는복숭아 무더기5,000원인데 4,000원을 바람결에 낙엽처럼 떨어뜨린다나와 눈빛 마주치자복숭아를 내밀어 나를 꼬득인다오가는 눈동자들건너오고 건너가고초점은 건널목으로 이동하고폭염에 삶긴 할머니의 초점은복숭아 무더기에서 애끓는다두어 시간 후 다시 돌아와 보니손바닥만 한 그늘에서 호박잎처럼 삶긴 몸짓삶이 녹록지 않음을 느낀다나를 보자 기 살아나 복숭아를 다그친다폭 삶긴 할머니가 안쓰럽게 느낀다한 무더기 주섬주섬 비닐봉지에 담아온다 자작글-024 2024.08.08
믿음 하나 믿음 하나 /호당/ 2024.8.6형광등 교체하다가등피 갓이 박살 나자새로 구해 주겠다는 구술 口述 하나흘리듯 가볍게 잊은 듯한다새 형광등으로 땀 뻘뻘 흘리며새것으로 교체하자경솔히 여긴 믿음으로 검버섯 낯이 화끈하다얄팍한 봉투로 고맙다는 표현유치한 짓거리단칼에 싹둑진정한 감사의 표현이 지나치면 독이 된다그의 자존심 터치했다면....우회전해 편안히 굴렀다면믿음 하나 잘 닦았을 텐데 뒤돌아본다 자작글-024 2024.08.07
뻐꾹새 소리 뻐꾹새 소리/호당/ 2024.8.55월의 춘기 확 뻗자뻐꾹뻐꾹 새소리더 요란해진다푸른 기운에 실린 소리파도처럼 밀려 창호지에 배긴다너도 춘정에 겨웠고나는 봄 꿈에 젖어사랑이 가까워진 듯 들린다창호지에 귀 박아 듣다애타 오른 조바심손가락에 침 탁 발라문구멍 뚫었더니뻐꾹새 소리 들리지 않는다 자작글-024 2024.08.06
체면치레 체면치레 /호당/ 2024.8.4연일 찜질방 같은 날씨땀 흘리자고 들어간방엔 체면치레는 있지거실 31.5도베란다 햇볕 쬐는 데는 섭씨 40도화기가 달려들어 체면을 벗긴다벗어야 숨통 트인다폭 삶긴 고춧잎 같은 삶한 대에서는 체면치레열대 같은 거실에서는가면을 쓴다 자작글-024 2024.08.04
섭씨 40 도 섭씨 40도 2024.8.3나프탈렌처럼 대기 속으로승화하면이글거린 화기 뿜는해님이하루의 가마솥을 달구어놓는다오랜 세월 겪은옹이 박힌 고사목 같은 이들열대 한 대 들락날락한다그만 주저앉는다섭씨 40도의 열꽃 잎에 떨어진다폭삭 삶아버린 호박잎 같은버티기 버거운 무위고 無爲苦의 삶들 자작글-024 2024.08.04
무심이 편할 때가 있다 무심이 편할 때가 있다/호당/ 2024.8.2삶이 지나친 세심은 배배 꼬인 나무처럼 된다그냥 덤덤하게 받아넘기면쑥쑥 자랄 걸아파트 입주한 지 25년그간 관계자 가고 오고 많다작별 전화해 준 이는 처음아침 9시 조금 넘어 전화를 받았다내가 사용하는 화장실 전등 교체해 준 사람이름도 성도 모른다잠시 스친 인연덕담으로 잘 가라 했다밤 10시쯤 꺼진 불씨 되살아 활활한다이때부터 담배씨 구멍 뚫으려 든다별별 생각이 벼 벤 뒷그루 새싹처럼 일어선다퇴직에 천착하려 들면 뚫리기 전에 내 맘이 먼저 뚫려 쓰리다 자작글-024 2024.08.03
가을 가을 /호당/ 2024.8.2호미 끝에 맺힌 사랑을 낫으로 싹둑 잘라야만족하는 계절물씬 풍긴 향기싱싱한 것들 제 몸 살찌워 제 빛깔로 서 있어 풍성한 마음이 간다모정에 익숙해 영근 사랑도떠나면 추억이 되리라땀 흘려 이룬 사랑조락의 습성 따라 종언을 고할 때가배 두드려 즐거워한다 자작글-024 2024.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