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5712

썩지 않은 믿음이란 생각 하나

썩지 않은 믿음이란 생각 하나/호당/ 2024.7.24북풍 찬바람이 뺨을 핥고 간들쉽게 잊어버리지새 아파트 입주한 지 20여 년당시 관리 기사와 세월만큼 쌓은 친밀감썩지 않은 믿음이라 생각했지연일 불볕더위에 반죽음당한 호박잎 같은데화장실은 세면 목욕을 겸하는 구조여기 형광등이 고장 났으니당장 딱한 사정관리 기사와 연락이 닿아크게 반겼지아닌 걸죽은 나무 아무렇지 않게싹득 잘라 버린다내 민낯에 썩은 검버섯 확 퍼진다형광등은 불 밝혔지만 등피 유리 박살 나 파편 발바닥 찌르며 경고한다믿는 도끼 발 찍히지 말고내 맘만 믿으라 한다

자작글-024 2024.07.25

안심역에서

안심역에서/호당/ 2024.7.24대구 도시철도 셋, 종점 탐방 마지막 안심역까지 눈금을 긋고지상에 나오자 매정한 여우비 내려 아스팔트는 피식피식 소리 낸다오리명가에서 배를 달래는 시간은 지글지글막걸릿잔 들고 아니 빈 잔 들고도 몇 차례 건배사‘위하여’뭐 오래 살자는 절규 같다상투어는 밭침 하나씩 낙엽처럼 떨어지고신변에 일어난 특이한 낱말뱉어내어 보나 눈만 멀뚱멀뚱삶의 흐린 초점 같다같은 책장 또 넘긴다황금 수표 자식들에 뿌린다는어구가 식상하다종점 탐방추억의 밑거름이 되면 좋겠다아직 만남이 있다는 건삶의 뿌리가 생생하다는 징표가 되기를 바란다

자작글-024 2024.07.25

대프리카

대프리카 /호당/ 1014.7.23대구라는 커다란 가마솥에서매운탕이 끓는다주인은 연신 장작불을 지핀다맹렬히 끓는 국물이 튀겨 밖으로 도망친다이 맛에 향기에 취해입술이 뻘겋게 땀 뻘뻘시뻘건 국물에 숟가락 들락날락앞가슴 단추 풀어 헤치고앗따 이 맛한여름에 제격이지문밖에 벗어놓은 신발이녹아 붙는다아프리카에는 밀림이 있던가대프리카* 교외 밀림도 땀 뻘뻘 흘린다*대구의 여름은 뜨거운 아프리카대륙에 빗댄 말

자작글-024 2024.07.24

알 밤 삼 형제

알밤 삼 형제/호당/ 2024.7.21젖비린내 즐기며일란성 삼 형제로 태어났어엄한 교육은 바깥세상을 단절하고예리한 가시로 위리안치 해이것도운명으로 알고어머님 사랑만 먹고 자라점점 앞가슴 붉어져 가고마음은 야릇한 싱숭생숭사춘기인가뭔지 몰라도 자꾸 그리워지기 시작한다삼 형제는 사랑을 향한 부푼 마음에 몸집 부풀어자연히 가시 문은 뻐끔 열리더군외계의 신비는 별천지의 사랑이 그리워진다누가 먼저라 할 수 없이무작정 뛰어내렸지지구에 헤딩하는 순간아찔한 현기증누군가 위로해 줄사랑의 손을 기다린다

자작글-024 2024.07.21

보고 싶다

보고 싶다/호당/ 2024.7.20세월을 잔뜩 쌓은 껍질엔 검버섯 필 나이내 속살을 관통한 새끼들보고 싶어 내뱉을 말을 속으로 끌어 앉히는 것이다한여름비 오는 날은 검버섯이 활짝 핀다지상을 보고 싶어 땅바닥을 느릿느릿한 지렁이처럼칠성시장 꽃 백화점이 보고 싶다묻고 묻고느릿느릿 꽃세상 백화점은 냉방 중꽃들 생기 팔팔 눈망울 말똥말똥내 검버섯이 생생해진다본 증표 하나쿠페아 한 분 盆으로 요약한다보고 싶은 큰애 한 아름 안고 들어선다반가워 내일이 등을 밀고 있는 듯미친 美親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자작글-024 2024.07.21

애착

애착 /호당/ 2024.7.20세월이란 무게를 잔뜩 지고끙끙거릴 나이게발선인장에 애착한다남들은 반려동물 개를 극진히 대접하는데나는 게발선인장을 극진하다반짝거리는 몸매 어여쁜 꽃에 반해서다연애로 사랑에 취해보지 못하면서사랑은 지나쳐 항상 물 조로를 지녀 화근을 자초했다사랑하면서 목마르게목마르면서 사랑은 듬뿍애착이 병이 될라원종 게발선인장이 폭염을 잘 견뎌 반들반들한 몸매에 매혹한다

자작글-024 2024.07.20

마사토-구심회-

마사토-구심회-/호당/진흙 같은 만남이하나둘 쓰러지자 풍화작용은 급격히 진행해마사토가 되어 만남이 시시하다소주병 맥주병 굴리던 힘세월을 잔뜩 짊어지면 무개 감당하기에 버겁다퍼석한 마사토 몇 줌 한통속에 들자울력 잃은 낱말이 낙엽처럼 떨어진다지금 응집력 잃어 독백 이파리떨어진들 아무도 꼬리말이 없다마사토에 남은 수분마르면 모래알이 되겠다

자작글-024 2024.07.19

몰래 흐르는 것

몰래 흐르는 것/호당/ 2024.7.15강물이세월이 흐른다는 것은마음 졸이게 하랴내 정보 몰래 흘러가는 것보다 낭패는 심하리라산 사람 코 빼가는 세상국제 발신우리카드 발급 완료마음 켕기면 이 번호 ㅇㅇㅇ로 연락하라당연하지느긋한 성미 아니라 당황한다경찰서 직원은 흔한 일인 듯삭제하면 됩니다우리카드사에 AR 식 스무고개넘다 미끄러지기 수십 번가까스로 연결그런 일 없음더 확실히 하세요비대면 거래 정지 요청하란다어여쁜 은행 창구 아가씨역시 흔한 일인 듯 쉽게 마무리개인 정보 몰래 흐르는 것은재화가 기우뚱할 뻔얼마나 다행한가허리끈 단단히 매야지

자작글-024 2024.07.18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호당/ 2024.7.17내가 지향하는저 먼 곳으로 가야 한다어항을 벗어 낯선 곳은 어리바리 눈이 휘둥그레진다익숙해져 눈 치켜뜨고 악바리가 되도록산골길 벗어 신작로가 펼쳐지는 들판으로왁자지껄한 어휘 속을 뚫고 KTX가 달리는궤도에 몸을 실어야 한다나는 간다봄날이 가기 전에이국의 들판에서 낯선 언어는 번역기로 소통해 즐긴다익숙해진 들판죽순처럼 다닥다닥 주거 밀림이거북해진다피톤치드가 짙은 곳은 봄날이 더디게 저문다수구초심은 맨 나중에 사무친다

자작글-024 2024.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