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버섯
호 당 2010.10.19
벌거숭이산이었던 것이
오랜 세월을 견뎌
솔이 우거졌어요
묵은 시간이 쌓인
바탕 위에
검버섯이 돋는군요
어둠이 깔린 밤이면
유난히도 빛나요
반들거리던 낯바닥으로
묘목을 키우고
낙엽을 끌어모아
부엽토에서
큰 재목을 길렀거든요
할 일 다했노라고
이끼 낀 이랑에서
검버섯이 돋았어요
인생 훈장인걸
무엇이 부끄럽겠어요
이것 때문에
야행성동물처럼
비열할 필요는 없어요
벌거숭이산을
살찌게 하였노라고
포자 없는 검버섯을
피웠노라고
큰소리치며
떳떳하게 보일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