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호당/ 2021.10.9 나를 위한 종은 울린 적 없다는 불만인가 내 무지는 지구촌 일원의 가치를 훼손하고 말았다 내 한 몸 다치거나 훼손되더라도 종을 울리려 들지 말라 아니 영원히 지구를 등지더라도 마찬가지다 종은 누구의 임종을 알리는 누구를 위한 울림인 것을 굳이 누구를 알려 들지 말라 그건 내 한 몸의 일부가 나도 모르게 새어나간 부분과 같다 우리 모두 지구촌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다 누구를 위한 종이 아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종이다 편협한 생각이 부끄러워진다 *헤밍웨이의 소설의 제목을 존 던의 시 제목으로 씀

자작글-021 2021.10.08

귀소는 완성이다

귀소는 완성이다 /호당/ 2021.10.8 까마귀 새 떼들 해 질 무렵 귀소는 하루의 완성이라 본다 연어는 출생지를 떠나 바다에서 삶의 진주를 키워 귀소(회귀)하면 삶을 완성한다 내 詩作은 대해를 방황한다 뱃속엔 시어가 배란했는지 석벽의 더덕 하나 캐려 맨손으로 언저리만 더듬고 뿌리를 건드리지 못한 체 더덕을 품은척한다 해탈도 못 한 체 염주에 목탁 두드린들 법구 한 구절 못 내고 고승인 척한다 되돌아올 연어는 아직 하구에서 서성이고 나는 어설픈 시어를 품고 귀소하려 든다 아득한 저 산 너머에서 설익은 시어를 들고

자작글-021 2021.10.08

이순신 장군 전적비

이순신 장군 전적비/호당/ 2021.10.8 이순신 장군 혼이 깃든 곳 산새야 들짐승아 풀꽃아 너는 알고 있느냐 누란의 위기에서 충정 다 쏟아낸 마지막 호령이 스며든 곳 분단국가에서 이런 혼이 베인 별은 몇이던가 반짝이는 별이 밖으로가 아닌 제 가슴으로 반짝인다면 이건 곧 떨어질 별똥별이다 임이 가신지 400여 년 지우지 못할 그 혼 영원히 귀감이 될 이 전적비에 새긴 얼 길이 빛내리

자작글-021 2021.10.07

10월의 문장

10월의 문장 /호당/ 2021.10.7 낯빛 확 달아올라 붉게 여물어 낱말마다 올곧은 문장 찾아내면 누구의 손으로 떨어질 것이다 여름 내내 여러 경전을 시비하고 그 근원으로 새로운 시어들이 낱낱이 익어간 것이다 농부들 시어를 위해 얼마나 땀 흘렸는가 번듯한 문장 만들어 시 한 편 꾸리기 위한 노력의 결과 누렇게 익어 바람 타고 출렁거린다 10월은 새로 탄생할 시 한 편에 밑줄 치고 음미하고 양식될 시 몇 편을 서가에 새워 둘 10월을 즐긴다

자작글-021 2021.10.07

잡초

잡초 /호당/ 2021.10.7 잡초라 함부로 대하지 말라 강아지풀 바랭이 쇠뜨기..... 엄연히 족보에 올려있다고 민초는 뭐꼬 잡초는 뭔데 배추밭에 상추는 잡초 상추밭에 배추는 잡초 집성촌에 타성이면 잡초처럼 취급 말라 내 땅 내 집에서 납세의무 다한다 잡초가 우뚝할 수 있어 다 같이 살아가는 것을 잡초 출생지 잘못이 아니야 부모님 점지해준 것인데 이 숙명 뗄 수 있나 당당하게 살아간다

자작글-021 2021.10.07

쿠페아 반려식물

쿠페아 /호당/2021.10.6길가 꽃집밖에 나와 앙증맞게 보라색을 반짝이며 ‘나를 데려가세요’눈총을 보낸다그래그래 반려 식물 하나 더 늘리자게발선인장 꽃기린 삼총사가 되었으면 한다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하고 물을 흠뻑 주고창가에 자리 잡았다이상 기온 가을이 여름이다 강한 햇볕에 끄떡없이 즐기면서 새 보금자리에 들떠있었다보라색 눈망울과 앙증맞은 아이들에네 마음 흠뻑 빼앗고 내 사랑 흠뻑 줄 테니꽃말 세심한 사랑을 베푼다니쿠페아는 반려 식물로 내 가슴에 두련다

자작글-021 2021.10.06

봄타는 아가씨

봄 타는 아가씨에/호당/ 2021.10.5 그 시절 보릿고개는 짚신 한 짝 잃고 야단맞는 것보다 더 서러웠지 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아가씨 가슴을 콕콕 찔러 한창 물 올리고 있었고 창문 너머 냇물은 처녀 가슴 쓰담 듯 졸졸 흐르고 냇물 건너 햇볕에 달군 창문이 있음을 안다 그녀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빨래질하기 알맞은 냇물을 헤적이다 마지막 걸레라도 헹구어야 봄을 삭이려는지 백로가 은피리 쫓다 하늘 바라보듯 창문 쪽으로 시선이 봄 아지랑이 같다 창안의 총각은 태연한 듯 부실한 아침밥 벌써 홀쭉한 배 움켜 달래기 바쁜데 신기루처럼 떠오른 추억 하나 처녀 가슴에 먹물 튀지 않았으면 나처럼 늙어가겠지

자작글-021 2021.10.05

백지장을 위하여

백지장을 위하여/호당/ 2021.10.5 매일 영감이 뜬다면야 옹달샘도 아니고 가뭄에 마른 샘 억지로 더 헐고 깊이 파서 물이 고이도록 하다니 메마른 가슴에 무슨 시심이 싹 터 나올까 옆 친구가 나를 보더니 어깨를 툭 쳤다 화들짝 저기 봐 저 아가씨 예뻐 볼수록 매력이야 나이는 예쁘다 추하다 구별할 수 있어 나이는 늙지 않아 사람이 늙지 저런 시절 겪었나 보릿고개 넘느라 아름다운 시절을 먹는 데만 써버렸지 백지는 오늘도 하얗게 기다리고 있다 예쁜 아가씨를 보고 마른 샘에서 물이 불쑥 솟았다

자작글-021 2021.10.04

추억 한 권 엮다

추억 한 권 엮다/호당/ 2021.10.4 누구나 오래 살면 오래된 내용물을 담은 추억 한 권 엮는다 문밖 나오려 냉방에서 퀴퀴한 곰팡이 냄새나는 책벌레가 쌀벌레를 먹고 지냈다 문밖은 서로 경쟁하는 곳 같이 출발해도 몸무게 가벼워 중간쯤에서 바깥에 대한 페이지를 엮어 무게를 늘렸다 장소는 여러 번 옮기며 내 맘의 무게를 페이지로 늘렸다 시장경제를 눈뜨게 되고부터 우물 안이 도약의 근원이 되었다 내가 엮어낸 페이지 누구 하나 밑줄 치지 않았지만 나만 충실했다 자부한다 혹시 유식한 자 읽으면 요약하거나 밑줄 칠 줄 알 것이다 나는 경전을 읽고 퇴역 장병처럼 자기를 닦고 오래된 책을 수정하거나 개정판 따위는 없다 다만 초판만 있을 뿐이다

자작글-021 2021.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