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424

나는 가야 한다

나는 가야 한다/호당/ 2024.9.16누구나 가는 길마지막 골목창문 넘어 미지의 세계낯선 곳으로철들고부터 가뭄이 심한밭을 김매고 갈아엎고사이사이책갈피 닳도록 넘겼지마침내기포 뽀글뽀글 편안한온천이었지나는 간다정처 없는 우주 공간으로낙엽처럼 쌓인 추억일랑뒤로하고휘황찬란한 불빛 아래 있다는 것선진국 대열 속에 있다는 것이희한하다나는 간다오늘이 덤이다 하루살이 같은 알찬 삶이내 일이다내일이 오늘 같기를 바라는마음으로 등불을 끈다

자작글-024 2024.09.16

트라우마

트라우마/호당/ 2024.9.15키 작은 일본 후지 선생식민지인에 대한 강압은선생 품성과는 멀다월사금벌받거나 시달려 상처는 일찍부터 트라우마가 되었다가난의 굴레에서 내 상처 하나얼마나 칭칭 감겼는지엄마 치마에 묻은 눈물과 울음소리막냉이는 덤터기 신세였는지사회에 나와서야 수그러져내 주춧돌을 놓게 된다허리 구부정히 뒤뚱뒤뚱 할 나이모임에 나가면 돈 이야기가 자랑매번 들어 식상하다가 내 트라우마가 살아나 도지는 게 아닌가 한다

자작글-024 2024.09.15

대현에서 명패를 갈았다

대현에서 명패 갈다/호당/ 2024.9.15아연 빛이 연일 상장 칠 때팔도강산 젊은 근력이 모여든다골짜기에 간다하여 혀끝 차지 말라은빛 맑은 갑옷으로 두더지가 될 때황금알이 입안 가득한 걸어디 간들 이 호사 겪느냐딱박골 경기는 서울 명동 어느 한 귀퉁이 쯤 할걸밤낮을 밝혀 왁자지껄한 풍경금강송 헤치고 나도 대현에 왔지어디 간들 양 떼는 있으니까열심히 길렀지덕분에 아연가루 묻은 명패 달고한층 올랐으니 대현은 도약의 발판이다

자작글-024 2024.09.15

고사목

고사목 /호당/ 2024.9.15태산준령에는 고사목이 살아 천년죽어 천년 이라는데형은 살아 백 년을 버티는 중피골이 상접하다는 말직접 눈으로 바라본 나는TV에서 아프리카 굶주린 흑인 아이가 겹친다4살의 시차는 판이 하다단 누가 먼저는 몰라아직 내외같이 있다는 행복현대판 고래장 당하지 않은 행복고산준령에서 떨고 있는 고사목사리 한 줌 응고하려 버티는 중이다

자작글-024 2024.09.15

자랑

자랑 /호당/ 2024.9.14재직 시 자랑 가꾸기 프로그램기를 살려 정체성이 높인다는긍정적인 생각짐 부려놓고 남은 길 얼마 남지 않은 나이모이면 돈 자랑제 자식에 뿌리는 것 당연한 것을매번 빠지지 않은 목록식상하다 못해 구역질 난다 어릴 적 가난도 있지만 돈에 대한 열등의식은 나를 짓누르게 했다트라우마가 평생 갖게 한다남 말을 뭉텅 끊고 자기 말을 잇는교양 없는 이가 하는 짓품위 있는 화재로 웃음 띤 얼굴이었으면 좋겠다

자작글-024 2024.09.14

마음-1

마음-1/호당/ 2024.9.13이 골짜기의 물저 골짜기의 물이 마음으로 변조하여 모른 채 흐른다흐르다 흐르다물고기 튀고 물총새 날고마음이 요동한다개울물이 맑은 소리 지른다개울물이 깊어질수록 감미로운 소리조곤조곤 자글자글양쪽 개울 물소리 알아차리자강물로 합류한다더 여유롭게더 풍요하게마음 하나로 화음의 강물이 흐른다마음은 도랑물에서 점점 불어나냇물로, 강물로, 바닷물로, 대해로, 세상을 품는다

자작글-024 2024.09.13

내 마음의 자물쇠

내 마음의 자물쇠/호당/ 2024.9.12굳게 다짐한 마음옆눈 살피다 풀린다그러면내 시어가 시든 게발선인장 이파리가 된다빳빳하게통통하게새파란 정기 뿜자빗장을 손보고 나사를 조인다고스톱 손 터니 눈총 말 폭탄 많이 맞는다날 무시하고 호령하는 말 듣고등 돌려 앉는다만나면 등짐 내가 진다넘고자 하는 높은 고개는 넘으려바둥바둥한다시전 詩田은 죽을 둥 살 둥 멘다가시밭이 가로막더라도넘고 말겠다는 불사조 한 마리내 마음의 자물쇠는 요지부동이다목 비틀어 엎어놓아 뱅그르르 도는 풍뎅이다열쇠를 찾는 날 풍뎅이는 하늘 나를 날 온다

자작글-024 2024.09.12

내 마음과 같지 않다

내 마음과 같지 않다/호당/ 2024.9.9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그래서 인간은 아등바등한다내가 점심 한 끼 사면 그도 살 것이라는 생각은어리바리한 자의 마음이다그는 우리 아파트 기능 기사다화장실 등 교체 작업 후 수고와 감사의 맘 한 뭉치 내밀었더니탁구공처럼 튀다가 민낯이 부끄럽다추석을 앞두고 마음 뭉치 드리고 싶어 그의 직무실문턱에 두고 전화벨이 불통퇴근 무렵 연락에 닿아 전말을 듣고는 뭐 시큰둥한 음향이 코가 시리다자신을 숙성한 붉은 사과인 줄 생각타인은 나를 아직 풋사과로 여긴 것인가내 마음과 같지 않다고 하는 생각이미숙하다. 더 닦아야 한다

자작글-024 2024.09.10

꿈 /호당/ 2024.9.9여느 때와 같은 시각에 잠들어 곤한 잠은 깊은 우물 속으로 가라앉는다그럴 때 내 항문으로 맑은 공기가 드나들어 부력 감가슴 답답함에서 후련함으로 이어간다붉게 익은 탐스러운 사과 같은처녀가 윙크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바라보니 그의 몸에서 서광이 뻗고내 심장으로 꽉 박히는 것이 아닌가길조다서툰 다이빙 때 물 튀겨 오르는 것처럼붉은피톨이 뻗는다붉은 새 떼가 일제히 하늘 날고이슬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아름다운 요지경 속으로 처녀와 노닥거리는데궁둥이 척석어머니는 무슨 꿈 꾸느라 늦잠이야 한다꿈 깨자 잡은 새 한 마리 내 손은 빈손사춘기 터널을 막 빠져나오는 중이다

자작글-024 2024.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