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288

궂은 날

궂은 날 /호당/ 2024.5.5종일 빗방울인지 는개인지베란다 난간에 물방울 달고눈물방울인가날씨는 마음 약한 내겐 금방 표 티 난다한기 들어 문 꼭꼭 잠그고외출금지령 발효TV에서 유튜브를 보고 낯선 나라를 간접 체험하고아프리카인들의 열악한 삶이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느낀다궂은비 종일 내리는 하루가휴일인 오늘이 우울하다요일 따라 체감은 없지만날씨만은 느낌을 채색한다면달라질 것이다우울한 하루다

자작글-024 2024.05.06

만삭의 봄

만삭의 봄/호당/ 2024,5,4좀처럼 들리지 않은 고고 呱呱를 듣고 싶다오고 가고 하는 즐거운 밤*우로보로스는 자기 꼬리를 물고 고리를 만들었으니 윤회는 분명히 있다봄 여인은 반드시 윤회한다나는 미래의 시간으로 간절한 바램드디어 만삭의 봄 여인춘기 春氣도 만삭이다어떤 추임새가 알맞을지 찾는다과열하면 지나치다 나무랄라에어컨을 작동할 플러그는 콘센트를 바라본다만삭의 봄검 칙칙한 녹색 희열이 땀방울로 떨어진다윤회를 또 기다려야 한다*ouroboros: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수. 무한한 순환. 윤회를 상징

자작글-024 2024.05.04

거푸집

거푸집/호당/ 2024.5.4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처음부터 굳고 견고하게 존재하지 않는다여기서 보호막은 필수다마음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진정하고 정착하도록 보호막은 붕대 감듯 한다망나니도 교화소에 들어가면마음의 틀이 새로 굳어 벽돌처럼 굳어 나온다인간은 살아가면서 숙성한다기온이 시간이 대기의 순환들충고가허튼 마음은 점점 맑아 굳어진다거푸집은 형태를 굳힌다

자작글-024 2024.05.04

도서관의 세계

도서관의 세계/호당/ 2024.5.4고생대에서 중생대를 거쳐현대에 이르기까지인류의 입술 문장들이화석처럼 꽂혀있다태어난 시기에 따라 숨의 형태는 달라현대인은 화석을 책장 넘기 듯하면 지난 세대들 숨이 걸어 나온다침묵의 세계에서 희열의 방식웃음 고성 소음은 금물이고오직 마음(생각)을 교감한다사나운 사자나 호랑이가 도서관에 들어왔다고 가정하면포효나 발톱 새우는 일은 없어 순한 자가 될 것이다도서관의 세계는 침묵과 정숙으로 속이 가득한 배 한 척 정박 중이다

자작글-024 2024.05.04

처방 받는 날

처방받는 날 /호당/ 2024.4.30오늘 오후는 마음 무겁다같은 말이 나오면 같은 대답을 보내고 나면공허하게 느낀다시내버스는 내 자가용이다목적지 근처에서 하차하는 것이상례다더 걸어야 할 거리는 운동이라 여기면 가벼워진다의사 앞에 앉으면 언제나같은 열매를 내민다낙과한 것 주섬주섬 담아온다낙과는 가벼워지지 않아우울하다간호사의 방긋한 입술에하얀 미소가 마음 가벼워진다비닐봉투를 준다작은 배려엔 내 허리는 굽실한다

자작글-024 2024.05.01

우리 아파트 벚꽃

우리 아파트 벚꽃/호당/ 2024.4.21세월은 맴돌아 계절을 몰고 오면우리 아파트 단지는 벚꽃이 만발한다대단지 주거 형태는 이웃을 알아도 몰라도 좋고아는 낯빛 모르는 척해도 좋을개인 자가용 승용차 같다마음도 대문도 이웃을 녹인 바람 같이 쐬면 모른 남이 되던낯익은 남이 되던 하얀 마음일 것이다왜상하 갈등의 벨이 울린다고신문에 실릴까벚꽃축제 한마당 연다하얀 꽃잎으로 덮여 한 단지 우리에 묶인 우리 의식이 두꺼워지리라

자작글-024 2024.05.01

일요일 오후

일요일 오후 /호당/ 2024.4.28잔인한 4월 마지막 일요일섭씨 30도의 화독이다날씨에 걸맞은 몸짓이내 눈을 번득거리게 한다느릅나무는 막 잎을 펼쳐연두색 사랑을 떨친다옆 느티나무는 사춘기 지나아쉬워 짙푸르게 뿌루퉁하다중년의 치마싹둑싹둑 기어올라 입 벙긋거리는 꼴 보소반라의 몸짓은 실루엣이 되어 보인다그늘은 본척만척 열기를 뚫고자전거, 킥보드, 축구공이 뛴다귀여움만 두른 아이들의 몸짓에취한 일요일 오후

자작글-024 2024.04.29

올해만

올해만 /호당/2024.4.28내가 좋아 한일어언 한 묶음하고 넘는다긴 여름 해는 서산 꼭대기에 걸쳐있다버들눈은 때가 돌아오면 절로 눈 떠 자라는데늙은 치마에 눈 틔우려모음 자음을 꿰어 목걸이처럼 걸어주면다음날 잊어버리고 빈 몸으로 온다내 치아는 군데군데 빠져헛김이 샌다눈은 틔웠으나 눈 굴리는 방법이 어렵군머리가 굳었다는 변명이 답답하다내 풍선이 터질 것 같아그래도올해만 더, 더 하고 버텨본다

자작글-024 2024.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