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424

식탁에 내린 낙엽들

식탁에 내린 낙엽들/호당/ 2024.11.27반월당 만남의 광장에서검버섯 포자 날리자마자식탁 찾기다여기서 마음 나누고 가면 좋으련만너무 서둔다한 사람 앞장세워놓고꼬리 잡는다우로, 좌로 엘리베이터 올랐다 다시 내려갔다따라가면 좋다그는 새로운 낱말은 없다한물간 SP판을 재생한다그간 각기 겪은 것만 식탁에 펼쳐도 멋진 문장 하나 생길걸숟가락 놓자마지막 인스턴트커피로마감하면 주인의 눈총이 기다린다눈치 없이 자리 지키다 보면주섬주섬 그릇 챙겨 간다더 눈총받지 말고 일어서자낙엽 넉 장 미완성 문장 남긴 채 흩어진다.

자작글-024 2024.11.28

시내버스 좌석

시내버스 좌석/호당/ 2024.11.27도시철도이든 시내버스이든빈자리를 선점하고 싶다버스는 앞자리를사향에 피톤치드 확확 뿌리는자리 옆에 앉기 마음 편치 않다지린내 영감 내 옆자리 피하는그를 나무랄 일 아니다버스 기사는 앞자리 앉은 나를두세 번 뒷자리로 가라 한다앞뒤 설명 없이모른척하니 차를 세운다푸대접받는 기분그래 전체 피해 가지 않으려맨 뒤꽁무니에 앉고 좋게 생각하자 마음먹는다상좌는 웃어른에게케케묵은 옛 어구는 유효하지 않다.

자작글-024 2024.11.27

하늘길 이끄는 낚싯대

하늘길 이끄는 낚싯대/호당/ 2024.11.24노오란 조끼엔 예수를 믿으세요글자가 선명한 하늘길 이끄는 낚싯대11월 말 금요일 정오 무렵몇 집 건너 건너, 얼굴만 알지그냥 획 지나쳐도 바람나지 않는 날씨생강차 커피 두어 말 통 놓고인심 따스하게 쓴다ㅇㅇㅇ권사는 밝은 몸짓에하늘의 은총 젖어대면하면 복음이 밀려오는 듯포근해진다남자는 커피잔을 돌리고여지는 하늘길 딲으라 열심히 전도한다가망 있으리라는 자엔 밧줄로처음 대면하는 자엔 미끼 던진다하늘길을 끌어드리려늙은이 바글거리는 곳에 전도의 낚싯대 드리운다.

자작글-024 2024.11.24

불로동 게발선인장

불로동 게발선인장/호당/ 2024.11.21아양교 부근 모임이 파한 후꽃구경하려 화훼단지를 찾는다동호네 꽃집에 가지가지 꽃들이손님 오셨다 날 좀 보라는 듯반긋거린다보아하니 꽃집마다 파리 날린다 한파는 꽃집을 비껴가지 않는다주인아주머니 인심 좋다는 것은싸게 판다는 것구석에서 계절을 잊어 목말라하는게발선인장5천 원이란다이건 반값이야얼른 품어 와서 목축이고사랑 듬뿍 뿌려주니 되살아난 활기올겨울 꽃 보여주리라는 믿음오늘부터 단일 처리한다.

자작글-024 2024.11.24

뒤뚱거리는 사람아

뒤뚱거리는 사람아/호당/ 2024.11.21세월의 배 타고 너무 멀리 와고사목 직전 같은 사람아제3의 지주에 의지하고서뒤뚱거리며 한 테이블에 앉아마주 하니 당첨한 거액의 복권 한 장확인하듯 즐겁다각기 내뱉는 어휘들신변에 대한 상투어가 낙엽처럼 쌓인다오늘 이 행복한 날임을 알자내일도 또 내일도뒤뚱거릴지라도 그렇게 걸어가면 좋겠다.

자작글-024 2024.11.23

유아원에서 귀가하는 어린 남매

유아원에서 귀가하는 남매/호당/ 2024.11.20아랫도리가 시린 것 참고느릿느릿 내 걸음으로현관문 앞에 선다어리디어린 유아발꿈치 들고 가냘픈 손가락으로현관문 번호를 찍는다엘리베이터 문 앞기다리는 두 남매사랑 뭉치쓰다듬어주고 싶은노오란 병아리역시 어린 엄마 암탉의 날갯죽지 안에서 빼꼼히 내다보는역시 발꿈치 들고 12층을 누른다나는 13층눌러 놓고 쳐다보는 송사리 같은 눈고맙다, 손 흔들어 준다12층 엘리베이터 열리자꾸벅하고 쪼르르 걸어가는 귀여움 덩이해맑은 시냇물이 흐른다.

자작글-024 2024.11.21

찜질방에서 나를 나무란다

찜질방에서 나를 나무란다/호당/ 2024.11.20전단을 들고 오면 무료 체험전화 걸었더니 기간이 지났단다5천 원 내고 체험하란다찜질하고 목욕하고 공짜에 길들인 내가 속는 줄 모르고 덥석 기어든다물어물어 주인 마중까지 받아들였다대뜸 체험 명단 부를 내민다뭐 이런 것 하나정신이 혼미해진다목욕탕은요?. 그건 없단다땀만 흠뻑 흘리란 말인가점점 어리둥절해진다동그마니 나 혼자40.5도 온도계는 너는 속고 있어 나무란다. 약 10분간 천정만 쳐다보고이런 덫에 걸린다니, 한심한 내 몰골박차고 나와 기재한 이름 빡빡 지우고 옷 갈아입고 나섰다주인 여자양심은 살아있어 반환한다방 하나 달구어놓고 찜질방이라 우기다니돈 벌려 들다니어쩌면 그녀가 측은하다.

자작글-024 2024.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