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새 소리 뻐꾹새 소리/호당/ 2024.8.55월의 춘기 확 뻗자뻐꾹뻐꾹 새소리더 요란해진다푸른 기운에 실린 소리파도처럼 밀려 창호지에 배긴다너도 춘정에 겨웠고나는 봄 꿈에 젖어사랑이 가까워진 듯 들린다창호지에 귀 박아 듣다애타 오른 조바심손가락에 침 탁 발라문구멍 뚫었더니뻐꾹새 소리 들리지 않는다 자작글-024 2024.08.06
체면치레 체면치레 /호당/ 2024.8.4연일 찜질방 같은 날씨땀 흘리자고 들어간방엔 체면치레는 있지거실 31.5도베란다 햇볕 쬐는 데는 섭씨 40도화기가 달려들어 체면을 벗긴다벗어야 숨통 트인다폭 삶긴 고춧잎 같은 삶한 대에서는 체면치레열대 같은 거실에서는가면을 쓴다 자작글-024 2024.08.04
섭씨 40 도 섭씨 40도 2024.8.3나프탈렌처럼 대기 속으로승화하면이글거린 화기 뿜는해님이하루의 가마솥을 달구어놓는다오랜 세월 겪은옹이 박힌 고사목 같은 이들열대 한 대 들락날락한다그만 주저앉는다섭씨 40도의 열꽃 잎에 떨어진다폭삭 삶아버린 호박잎 같은버티기 버거운 무위고 無爲苦의 삶들 자작글-024 2024.08.04
무심이 편할 때가 있다 무심이 편할 때가 있다/호당/ 2024.8.2삶이 지나친 세심은 배배 꼬인 나무처럼 된다그냥 덤덤하게 받아넘기면쑥쑥 자랄 걸아파트 입주한 지 25년그간 관계자 가고 오고 많다작별 전화해 준 이는 처음아침 9시 조금 넘어 전화를 받았다내가 사용하는 화장실 전등 교체해 준 사람이름도 성도 모른다잠시 스친 인연덕담으로 잘 가라 했다밤 10시쯤 꺼진 불씨 되살아 활활한다이때부터 담배씨 구멍 뚫으려 든다별별 생각이 벼 벤 뒷그루 새싹처럼 일어선다퇴직에 천착하려 들면 뚫리기 전에 내 맘이 먼저 뚫려 쓰리다 자작글-024 2024.08.03
가을 가을 /호당/ 2024.8.2호미 끝에 맺힌 사랑을 낫으로 싹둑 잘라야만족하는 계절물씬 풍긴 향기싱싱한 것들 제 몸 살찌워 제 빛깔로 서 있어 풍성한 마음이 간다모정에 익숙해 영근 사랑도떠나면 추억이 되리라땀 흘려 이룬 사랑조락의 습성 따라 종언을 고할 때가배 두드려 즐거워한다 자작글-024 2024.08.02
불볕더위 불볕더위/호당/ 20024.8.2여기 달군 가마솥 같다대구는 큰 입 벌려헉헉 가쁜 숨 쉰다나이만 가득 먹은 바지들지금 폭삭 삶긴 호박잎 같아흐느적거리다가 날 새면 새벽이슬 맞아 빳빳하다에어컨 바람 달군 가마솥 거치면한풀 꺾여진다냉면 한 그릇 상차림 중얼음조각 녹아 온면의 길목에 있다나는 불볕더위란 긴 터널 통과하려면 폭 삶기고 만다 자작글-024 2024.08.02
보청기 보청기/호당/ 2024.8.1내 보청기는 복지관 맹순이와 노닥거릴 때나 모임 때 액세서리로 쓰고는 집에서 내자와는 고주파로 통한다우측 보청기가 보청은커녕먹먹한 귓속 울림에 벨톤보청기 점을 찾아가늙어 서러운 귀를 상대하는 영업보아하니 불경기인 듯보청기를 착용해 보고 싶은 특효 같은 것가령 월등한 보청어둑한 들림에 서러운 나무극진하게 대접하거나명의처럼 소문이 파동치거나귀청이 막고. 볼륨이 없어져불과 5분여 조작해 초기화했단다손 내민다봉사하면 존경받을 걸이기적인 내 생각 하나 자작글-024 2024.08.02
갈대 갈대 /호당/ 2024.7.30언덕배기 메마른 데서당신을 만나 거친 바람용하게 견뎌왔다내 삶은 샘 파기다깊게 판들 물의 양은 별 차이 없다알뜰한 살림살이는물독 마르지 않는다앞만 보고 달리는 갈대당신의 등밀이는 푸른 기 펼쳐 꼿꼿하다세월이란 나이테에 칭칭 감겨 마른 갈대로 견딘다나이테란 압박 붕대 같아꺾이지 않는 갈대다 자작글-024 2024.07.30
내 길 내길 /호당/2024.7.30메마른 골짜기의 길은풀이 우붓 해 날마다 짓밟고 밭으로 간다뼈 여물지 않을 때부터 농사일한다날 새면 낫 아니면 호미찰싹 붙는다소먹이 풀베기소나무 아래 갈고리질로갈비 한 짐빈들 번들 놀 팔자 아닌밥벌인 짓이다동내 형뻘그는 일찍부터 바깥 출입해수돗물 맛에 길들여 나를 이끌어주었다그의 뒤 따르려 자취방 약도 들고 찾아들어내일 모래 입학시험 치를정보 제공이 신기하게도 적정한 문항그로부터 내 앞길은 잡초를 밟지 않아아름다운 길만 걷는다 자작글-024 2024.07.30
피 끓는 연애질 피 끓는 연애질 /호당/ 2024.7.28도시 철도 안막 펼치는 애송이 페닐에틸아민 장작불이 타오른다아무도 끄려 들지 않아그 애들불장난 일찍 발작한 것뿐이라무관심이다백합 향기 막 쏘아 올리자코스모스 꽃잎으로 덮는다애들 불장난논둑 밭둑에 불 지르고 좋다고 손뼉 치는 듯옥시토신. 페닐에틸아민이피 끓듯 퍼뜨린다죽을 둥 살 둥 생각 없이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피 끓는 연애질 자작글-024 2024.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