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424

멍하니

멍하니/호당/ 2024.11.13매번 내 말을 툭 끊고 자기 말로 잇는 자에 대해나는 피해망상 환자가 된 듯늙은 이파리 하나 축 처진다오늘 가기로 한 동남회식당이나와 연관을 알리는 중그는 끝까지 듣지 않고 일행을 끌고 간다멍하니 바라보는 내 몰골 뒤통수가 부끄럽다식당까지 앞장서서 이끌고부터내가 간여하지 않겠다고멍하니 앉아 그들 꼴을 보고 있다자랑 1막은 그러려니다음은 세종대왕을 어떻게 분배하고2막엔 성경 3번 필사본을 제본한 책을 자랑한다두 분은 쓰다 달다 말 없다나는 토씨가 잘못됨을 저적했다내가 베푼 점잖은 대접이다수도 없이 듣던 필사본 자랑을그냥 멍하니 보고 돌려주고 싶지 않다.

자작글-024 2024.11.14

만년의 정착지

만년 晩年의 정착지/호당/ 2024.11.13사범의 벌레 3년을 익혀 사회로 나왔다도시사회 바람의 두려움보다 빈 주머니가 두메로 내몬다두메 인심에 길들인 나산골의 기를 벗지 않은촌 수탉은 사회 바람에 떤다먼저 출발한 늙은 수탉 밑은떡고물만 차지하고퍼덕거리기도 기 펴기도버겁다천지개벽 같은 운수시험 보고 승진한단다콩 주워 먹기야처음 잡은 핸들마이리지 없어산골로 운행마이리지 꽉 채워지자도시로 운행막장에 도달하자만년의 정착지 대구 북구 대천로늙어 뿌리 얼마나 뻗을지 몰라노송은 관망한다.

자작글-024 2024.11.13

외국 여행 14박 15일

외국 여행 14박 15일/호당/ 2024.11.13신기한 필름이 눈이 시리도록스쳐버리면 정다웠던 것들이희미한 그림자로 부상하다곧 침전하면 망각이 청소한다뭐 자랑이라입속에 낯선 풍경 삼켰다 뱉었다 한다어쩐지 조금 남은 낯선 풍경이내 집 문안드리려문 앞까지 왔을 때그런 풍경도 있었던가소화하고 버린 줄 알았는데당시야유식이 덧나한결 식욕도 강했지만강산이 몇 번 바뀌면 너도 빈 입 나도 빈 입다 같이 백지 한 장 인생인걸어쩌나

자작글-024 2024.11.13

우리는 달린다

우리는 달린다 /호당/ 2024.11.11출발점은 정씨 가문이다고무신 한 짝 찾으러 들리던바로 이 문간이 아니던가각기 짝 찾아 신고가지치고씨앗 흩날리고어느덧 앞선 주자는세월의 무게가 버거워 앓는다달리면 반드시 멈춤이 있다삶의 레이스 race를 옹골지게 달린다한 탯줄이 모인다형제간의 피를 더 뜨겁게달구어 보자달리면서 냉수 한 병벌떡벌떡 마시면서 우애를 다지자.

자작글-024 2024.11.12

시간표 짜기

시간표 짜기/호당/ 2024.11.8이달 말에 할 일을초순부터 시간표를 붙였다 뗐다 한다거리는 나날이 다른 화려한 옷가지 북적거리고나는 원심분리기에서 밀려나 어리둥절하다부지런히 헤어나려 머리 굴린다무조건 7자로 시작한시내버스는 칠곡 방향이다묻지도 따지지도 않고승차하고 아차! 실수를 깨닫는다미리 작성한 시간표는불확실하다가문 땅에 콩 심고 얼마면 싹틀까 말까근접한 시간표가 정하면나 어리둥절한 얼간이는면할까화려한 옷차림 속에 돌지 않아도 한통속에 있다는 것이얼마나 다행인가.

자작글-024 2024.11.09

기상도

기상도 /호당/ 2024.11.7다랑논에는 가문 논 무논모심는 논이 있으면 추수하는 논도 있다바람은 사막을 달리는 자동차의 궤적 핸들 따라 방향이 정해진다바다는 성깔이 잘 드러난얼굴이다온화해 잔잔한 술잔 같다가도망나니 송아지 날뛰는 들판이 된다아랫집은 타작하는 도리깨 소리뒷집은 도리깨 접고 설거지하는 소리뱀 꼬리 저어 가고 싶은 대로간 궤적이 기상도.

자작글-024 202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