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 한 그루 노송 한 그루 /호당/ 2024.10.29흐릿한 눈앞을 비틀거릴 나이추수한 들판을 바라본다새때들 한 무리삶이 처연하게 느낀다준령을 홀로 지키는 노송 하나고사목 바라보며 생각한다미래가 훤히 뵈는가 싶어마음 삭이려 기도하는 중이다팔랑대던 쑥부쟁이화려했던 꽃 간곳없고말라 바삭거린다누군가 성냥 확 그어대면한순간 화기 끝 재만 남겠지가난이야 참을 수 있겠지만병마와 싸워 결판내는 날노송은 결승점을 끊고 있겠지. 자작글-024 2024.10.30
갈대를 만나다 갈대를 만나다/호당/ 2024.10.28낯익은 허연 갈대 하나약국에서 만난다한때 엽록소 칠칠 흘려서예실 들락거린 힘줄 세워 잡은 붓 손이 진이 다 쏟아내갈대가 되었다메마른 갈대 붓 팽개치고외톨이다낯익은 갈대끼리 만나면반갑지 않으랴한때 신바람 불어 갈대끼리우르르 이 등 저 등 이 계곡 저 계곡 몰려활개 치던 것도 지난 일풀풀 하늘로 떠난 갈대들언제든 떠날 준비는 되어있단다혼자서 팔랑거려도 좋을 일에길들이자고 이른다. 자작글-024 2024.10.30
일요일 오후 일요일 오후/호당/ 2024,10,27한참 걸으면 옷 젖을 빗방울맨몸으로우산 박고움츠린 날씨일요일 오후우산이 지팡이가 되면 발걸음 편하고우비가 되면 뒤뚱뒤뚱오후의 구도는 밑그림 흐릿하게발자국으로 덧칠한다노점상에 눈 주지 말자애끓게 하지 말자비는 추적추적시답잖은 밥상 억지로구겨 넘기는 비 오는 날게살 궂은 일요일이 저문다. 자작글-024 2024.10.28
일요일 밤 일요일 밤/호당/ 2024.10.27일요일 밤은 맘 졸여괜히 잠 설친다십여 년을 눈감은 버들강아지와호두기를 불어댔거든근래 조그만 수당에 끌려이만한 대접 있더냐월요일 거뜬히 출근해휴게실에서 맘 추스른다열 시에 맞닥뜨려 호명하고 손뼉 치고호두기를 불어대면낱자가 풀풀 떨어진다돋보기 썼다 벗었다베끼다지우다입안에서 잘근잘근 씹는다퍼뜩 하루가 없어진다. 자작글-024 2024.10.28
다이소 다이소 /호당/ 2024.10.26다 있오참 많다1층 2층 3층 꽉꽉 가득가득 다이소귀부인 신사는 얼씬 않지싼값이 비지는 아니거든눈부시게 하는 상품들맘을 꿴다알뜰에 물든 사람들알뜰 맘 다이소내가 찾은 다이소몇천 원으로 다 채워맘이 게발선인장에 다 있오. 자작글-024 2024.10.27
어금니-1 어금니-1/호당/ 2024.10.25아래 어금니 발췌하고당연히 메워야겠다는 생각움푹 파인 구덩이새 흙 마르기 전에 새 흙 햇빛 보자어리둥절하고 있을 때40만 원에 6개월 후 임플란트로 메운다사인하세요웅덩이는 침묵 중새살이 살아나면 메워지겠지인터넷 검색스마트폰에 울린 아가씨 목소리그제야 내 방향이 잡힌다자기 부담 40만 원인 걸거울에 비친 입안아래 어금니 자국 움푹위 어금니 자국 허공아래위는 궁합 이룬다쓸모없는 임플란트쾌재를 부른다‘유레카’한마디 유효하겠다. 자작글-024 2024.10.26
어금니 어금니/호당/ 2024.10.24늙어 흐느적거릴 만큼 흐른 세월마지막 말을 뱉는 어금니의 말통증나와 끝까지 가겠다는 미련미련을 버리면 가벼워진다치과의사는 발췌부터 서둔다마취한들살아있는 감각은 존재를 외친다아픔만큼 참자처치한 솜뭉치는 두 시간을 물고 참으란다손톱 깎는 것처럼 어금니를 뽑았다마음 하나 상처 없다는 것미안하다임플란트는 6개월간 여행오늘부터 떠난다. 자작글-024 2024.10.25
낯익은 얼굴들 낯익을 얼굴들/호당/ 2024.10.23만남은 낯익은 얼굴에 안부를 찍을 수 있어느릿느릿한 발걸음이가벼워진다주름살 하나 더 늘지 않아 좋다풍파 없는 한배 탑승하고.그간 지난 풍경이나지금 풍경에 걸맞은 제재 취할 수 없는지문장이 밋밋하다녹음테이프 또 재생한다귀에 눌어붙어 그러려니무덤덤 넘긴다내 말 툭 끊고 가로채는 버릇여러 번 참고 참고 또 참자 오늘 따끔한 일침 놓았다민낯이 침묵한다만남의 광장에 발자국 찍고맛을 공유했으니하루가 슬쩍 지나간다. 자작글-024 2024.10.24
별 밭에서 행운의 여신이 별 밭에서 행운의 여신이/호당/ 2024.10.22구십 평생 처음 맞는 행운의 여신이매력 덩이 게발선인장을 안긴다늦바람난 듯게발선인장 아가씨의 매혹반려하려 내 품에 안는다삶이 무미로워 지면 고독이 밀물로 온다썰물로 받아넘겨야지반려 식물 화분에 서자너의 낯빛에 씻은 듯 사라진다한둘 셋에 또 색다른 방년을 보면 품고 싶은욕망을별 밭에서 한빛 여신이 행운을 보내준다한 점 핑크 라인에 여섯 명의 꽃 아씨 호위한다살아생전 처음 안긴 행운을노을빛 더욱 붉게 태워야지한빛 식물원장님의 배려를기리며반려하련다. 자작글-024 2024.10.24
빛좋은 개살구가 글을 읽고 쓰다 빛 좋은 개살구가 글을 읽고 쓰다/호당/ 2024.10.21글 모른 개살구로 늙으면 어때빛깔로 말하면 아직 살아 있거든이름 쓸 줄 알지늦깎이로 연필 들었지만모음 자음 깔린 골목에 들어서면머리 굳어버리는 걸어쩌지개살구 책상에 앉아 연필 긁고 책장 넘긴다‘개’자 떼어버리는데마른 수수깡 꺾는 것보다더 힘든다색으로 빛내라면 쉬운데이름 쓰고 간판 읽고 시내버스 탈 줄 알고마트에서 물건 사고 카드 내밀 줄 알거든10년을 서당 개 되어보니야트막한 언덕에서풍월을 읊어내겠다. 자작글-024 202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