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349

눈 내리는 날

눈 내리는 날/호당/  2024.8.25대지를 덮는 눈이 내린다지난 것은 왈가왈부하지 말자봄 여름 가을 겨울 참 많이 떠돌다 맴돌고 왔다저것 봐대지 위 나무든 지붕이든 공평하게 덮어 잠재우고 있다얇다 두껍다 구시렁거리는 자의 눈내가 쌓은 업보인 줄 모른다먼 산을 바라보노라포근하게 덮은 눈이 나 먼저 걷어 가지 마오천천히느긋하게아주 느리게 녹여다오너무 모질게 휘몰아쳐외통수로 몰아넣지 않았는지눈 내리는 날의 적막 속으로 나를 가둔다

자작글-024 2024.08.27

그릇 부시는 소리

그릇 부시는 소리/호당/ 2024.8.25분통 내부의 맑기가 산골 물 같아 물만 마실 줄 아는 핫바지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간섭은 하지 않는다제비 새끼 키우기분통 닦기는 고사하고먹이라야 반입 물어 주고죽이든 밥이든 나 몰라라 한다배회하기 좋아동네 한 바퀴 돌거나빨간 구슬 여인 뒤꽁무니찔러 뱅그르르 굴리는 짓에헛 눈살피다 빨갛게 붓고팔랑거리던 꽃대 고꾸라지자슬금슬금 분통으로 기어들어그릇 부시는 소리조차 서툴게 들린다

자작글-024 2024.08.25

반려식물 게발선인장

반려 식물 게발선인장/호당/ 2024.8.21개를 즐기는 애견 그룹이 있고난 게발선인장의 푸름과 꽃에 매혹해 반려 식물로 즐긴다구름 끼고 비 뿌리다 말다 호박잎 시들 일 없는 날씨에불로동 화훼단지를 찾았다노랑꽃 핀다는 게발선인장원종 게발선인장 분갈이퇴비를 한데 묶으니내 힘에 부쳐 끙끙 뒤뚱 비틀똥 줄기 빠지듯 500여 미터 거리정류장까지 운반미치지 않았다면 엄두 낼 힘없을 텐데주름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바람난 수개가 되었다버젓이 거실에 두고 선풍기를 돌린다때 묻지 않은 처녀 보는 듯싱그러운 푸름과 뒤에 올꽃핀 처녀 윙크를 그리며반려를 즐긴다

자작글-024 2024.08.22

자화상

자화상/호당/ 2024.8.21빽빽이 쳐들고 자란 9남매의 끝은미칠 것 별로 없어 허약한 골풀처럼 커왔다뼈마디 숭숭 뚫린 구멍 속으로맹물만 드나들어 큰소리치고주먹 들어 올린 적 없어끈질긴 나일론 밧줄 같아내 앞에 닥친 일에는 담배씨라도 구멍 뚫고 만다평생 내로라 소리 없을지라도짙은 엽록소일 때달라붙는 꽃뱀 몇 마리모든 것 움켜쥔 모래알처럼흘러내린다백설 덮어쓰고 시작이 내일로 하루를 건다

자작글-024 2024.08.21

동천 공원 분수 속에는

동천 공원 분수 속에는/호당/ 2024.8.20펄펄 끓는 가마솥 같은 날 오후뿌연 물안개 뿌리며 치솟는물줄기에병아리 같은 귀여움 가득 밴 아이들 바글거린다물속으로 때지어 노니는 송사리 떼새 떼 같이 짹짹거려도미워할 수 없는 마알간 초록 싹들화산처럼 뿜어 올리는 입김 속을미역 줄기가 되어 헤엄친다때 묻지 않은 젖 냄새나는 하얀 속살들이 분수대 속으로 술래잡기한다

자작글-024 2024.08.20

편지 한 통-1

편지 한 통 /호당/ 2024.8.19두근거리며 한편 두려움을 느끼며 편지를 쓴다연륜으로 팽팽한 부피와 무게현격한 짝 기운 등 짐을 말 등에실으면서 기울었다는 걸 알면서짝사랑하는 그녀에게부재중 그의 가방을 열어 슬쩍 넣은 편지사랑은 모든 걸 초월 할 것이라는일방적인 생각만으로 가슴 졸인다기우뚱 등짐은 기울고 말은 뒤뚱뒤뚱 걷다 주져앉는다무위로 끝낸 편지 한 통

자작글-024 2024.08.20

우인도 한 폭

우인도/호당/ 2024.8.18빛바랜 우인도 한 폭거실에서 나처럼 세월만 반추하고보리 이삭 팰 무렵풍파에 휩쓸리면배고픔 서러움도 밀려왔지비탈진 언덕배기에 쪼그린 한 사람소 꼴 베는지무엇을 캐는지논밭 갈고 힘든 일 도맡은 황소한가한 시간을 되새김질한다우중충한 우인도 한 폭에 무위고를 반추하는 내가 포개진다서설 한마당 내리면생기 솟아날 걸 꿈꾼다

자작글-024 2024.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