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474

대현 백천골

대현 백천골. 호당 2020.1.20 금강송(춘양목) 군락지 백천골을 드는 날은 새털처럼 가벼워 약동하고 싶다 춘양목 향에 허튼 맘 비워내듯 산뜻해지면 백천골 진맥 짚고 온 것이다 어김없이 만나는 다람쥐 눈과 눈이 맞닥뜨린 찰라 교신을 알아차린 몸짓은 앞발과 입꼬리 춘양목 뿌리를 핥고 흐르는 물 당연히 차디찬 생수 일급수 열목어와도 교신하고 나면 맑게 살면 눈도 초롱초롱하다는 것을 알고 온다 최남단이라는 지역 때문에 천연기념물 74호 열목어 서식지 표석이 지키고 그날 밤은 소쩍새 소쩍소쩍 밤의 하모니가 된다 꿈속에서 금강송 향기가 피어오는 밤 단잠에 폭 잠긴 밤은 상쾌한 아침을 맞는다 백천골 대현에서 대자연이 주는 태질 그 덕에 날개 하나 더 달고 훨훨 날았다.

자작글-020 2020.01.20

태양처럼

태양처럼. 호당 2020.1.19 햇볕을 머리에 이고도 햇볕의 정기를 받고도 고마움을 모른다 공기를 마시는 것처럼 쪼그만 일 해주고 표나게 하려는 편협한 짓 함께 산다는 고마움을 모르는 마음이다 태양에 사육당해서 좋아 입 벌려 막 삼켜 들인다 가슴 젖히고 햇볕 쬐어 따뜻한 마음 가득해야지 햇볕에 갈증 느낀 적 없다 포용하고 포근함을 펼치겠다는 마음.

자작글-020 2020.01.19

팔공산 펜션에서 하룻밤

팔공산 펜션에서 하룻밤. 호당 2020.1.18 펜션 주위 가을 사과가 우리를 붉게 맞아준다 하룻밤의 여정 수면을 풀어놓을 곳 낯선 숨쉬기가 뒤섞여 콧노래로 재생해도 자장가로 인식하는 이는 편하다 음파가 가장 약하게 미치는 다락방 차지 귀는 멀어도 콧노래에 예민한 감상 바닥에 귓바퀴 닿기만 하면 콧노래가 재생하는 낙천적 수면 행복 낯섦에 예민한 수면 폭풍전야 바다 펜션을 하얗게 그린다.

자작글-020 2020.01.18

시골빈집

시골 빈집/호당. 2020.1.16 사람의 온기를 먹고 지탱하는 집 삶과 공생한다 훌쩍 떠난 식구 그날부터 과부처럼 된다 저 집 봐 도시로 떠나고 과부는 한숨 쉬고 임 오기를 기다리다 입만 벌리고 외로움과 그리움이 뒤범벅되어 기우뚱 해버렸다 온기 잃은 과부에 날 파리 달려 붙든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른 체형으로 시달리다 진드기 악바리 폭풍 같은 건달이 내 허리는 구부정하다 젊은 나방 한 쌍 날아들어 하룻밤을 거미줄 쳐 놓는다 밤낮으로 쥐 서방이 이 구석 저 구석 쑤셔 댄다 그렇다고 함부로 내놓지 않지 안간힘 다해 버티는 시골 빈집.

자작글-020 2020.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