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발자취 호 당 2007.11.9 바닷가 파도가 밀려오는 가장자리에 어지러이 널려 있는 발자취를 보았네 긴 세월 무수한 발자취를 교실에 남겼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날 파도에 씻은 듯 발자취 사라지고 교실은 말끔히 청소되고 말았네 나 그대들에 꽉꽉 찍어 준 지문이 선명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세상에 .. 자작글 2007.11.11
두류공원의 가을-1 두류공원의 가을-1 호 당 2007.11.8 넓은 두류공원은 발효되어 잘 숙성된 붉은 포도주 노랑 포도주 포도주 냄새 취하려는 자웅의 갖가지 언어들이 다발로 이 집에서 우글우글 저 골목에서 우글거린다 저들 숙성된 가을을 놓치기 싫어하는 마음이 나 그대 그리워하는 마음 같으리라 그대여! 나오라! 우리 .. 자작글 2007.11.09
동학사를 찾아 동학사를 찾아 호 당 2007.11.7 일주문 거쳐 동학사 가는 길은 불심에 배인 빽빽한 활엽수림이 맞네 땅바닥에 쓰러진 붉은 멍 조각 밟고 나보다 더 빨리 지나쳐버린 삶을 뒤따라 쫓아가지만 나무처럼 그리움을 끌어안고 있으려는 욕망은 어쩔 수 없어 하나 둘 세월을 흘리네 東鶴寺 吉祥庵을 돌아보며 헝.. 자작글 2007.11.08
소면 한 다발 < 소면 한 다발 호 당 2007.11.6 유난히도 너를 좋아 사랑했다 빳빳한 너의 성깔이 마음에 들어 너를 휘감았다 펄펄 끓는 사랑에 너를 내 품에 받아들일 때 곧은 너의 성깔이 야들야들 고분고분 해졌구나! 그리고는 시원한 맑은 사랑에 들어낸 새하얀 살결 아니 순결이었다 너를 맞아 갖은 양념을 첨가.. 자작글 2007.11.06
고사목 고사목 호 당 2007.11.3 국립공원 덕유산 곤돌라 타고 올라 내린 곳에 그리움이 메말라 뼈대만 남은 고사목 앙상한 사람의 골격이다 한때 사랑노래로 살찌우고 풍성한 사랑 나누었는데 한 500년 오는 동안 무슨 연고로 메말랐는지! 아마도 차디찬 사랑에 고독을 감당 못해 애타는 사랑의 응결로 석화한 것.. 자작글 2007.11.05
동호정에서 < 동호정(東湖亭)에서 호 당 2007.11.3 땀방울 흘리던 한철 종일 사람냄새 풍기더니 한철 노랗게 물들이니 뜸하구나! 하기야 그 옛날 좀 배웠다는 그들 내 섶에서 글귀나 새기며 흥얼거렸지만 지금이야 분 냄새 풍기며 암내 내는 연정 날리는 곳이 되었으니 격세지감 널따란 소반에 음식께나 차리고 흰 .. 자작글 2007.11.04
덕유산 곤돌라를 타고 덕유산 곤돌라를 타고 호 당 2007.11.3 덕유산 곤돌라(gondola) 역 앞 황급히 셈을 치른 후 곤돌라 타고 뒤돌아보니 괜히 뒤가 깨끗하지 못해 날아간 장면이 이렇게 착각일수야 착각을 모르는 곤돌라는 한 치의 오차 없이 잘도 구른다 금속성의 톱니바퀴는 비웃으며 더 침착하라! 더 신중하라! 더 마음 비우.. 자작글 2007.11.04
푸른 용광로 푸른 용광로 호 당 2007.10.29 아무리 치장해봐야 잔골 메우지 못하여 별로 곱게 보이지 않는 이들이 한 다발로 회식이 끝난 후 얼큰하게 발효된 마음이 꾀이는 음악에 그냥 배길 수 없구나! 그저 흔들고 목청껏 토해내는 세월 훌쩍 늙어버린 노을이 감미로운 소리에 서로 뒤엉켜 새파란 마음으로 되돌아.. 자작글 2007.11.01
동지 동지(冬至) 호 당 2007. 나 밝은 마음으로 그대에 줄 것은 다 주었다 이만큼 너에게 사랑을 퍼부었는데 이보다 더한 사랑이 있으면 말해봐 너의 사랑을 따뜻한 털옷으로 감싸 주다 보니 어느 듯 가장 짧은 토끼꼬리 감추자 문 닫는 소리에 바쁘게 먹이 찾던 까마귀는 서산을 넘은 후 땅거미가 밀려오네 .. 자작글 2007.10.30
산촌 오후의 정경 산촌 오후의 정경 호 당 2007.10.27 10월의 끝자락 짧은 가을 낮 기울어진 해님이 얇다 골짜기마다 농심이 가득가득 고여 창고에 갈 차례 기다리고 풍상 잘 견뎌 마지막 햇살을 받은 사과 탐스런 처녀 볼기로 수줍음이 가득하다 오늘따라 대지는 부동자세 전봇대만 줄지어 벌서고 적막을 깨트릴 징조는 없.. 자작글 2007.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