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남동 가는 길 도남동 가는 길 호 당 2007.4.14 20여 년이나 어미 품에서 일하다 처음 낯선 동네에 일하러 갔을 때 이르기를 때 묻지 않은 사람이라 했다 그때 그 말이 별로 싫지 않았다 어미 품에 경쟁 없이 일한 나 숱한 경쟁에 시든 사유들이 어찌 보면 나를 두고 빈정거리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런 말을 듣던 내가 때 .. 자작글 2007.04.14
복숭아밭을 지나며 복숭아밭을 지나며 호 당 2007.4.10 열아홉 처녀 볼이 볼그레한 그녀에게 한 입 훔치고 싶은 마음 금단의 경계선엔 삼엄한 탱자 병정 칼날 같은 눈초리가 무서워 이곳저곳 기웃거려 허점을 찾았을 때 낮은 포복으로 경계망을 넘고 와락 붉은 볼 훔쳐본 적이 새롭다 그간 몇 년은 흘렀지만 지금은 더 완숙.. 자작글 2007.04.10
참외서리 참외 서리 호 당 2007.4.10 높은 원두막 망대 남폿불이 희미하게 졸고 있을 무렵 먹구름 뒤덮고 후둑 후둑 빗방울 내려앉는 날이면 두근거리는 심장 잠재우고 달콤한 분 냄새 나면 무조건 끌고 왔었다 그리고는 헛간에 모인 덜 익은 언어들이 후닥닥 치워버리고 시치미를 뗐지만 완전한 범죄는 있을쏜가!.. 자작글 2007.04.10
내 뜻대로 홀로서기 내 뜻대로 홀로서기 호 당 2007.4.8 온실 속의 나 자꾸 의지하면서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무풍지대에서 행복을 누리고 모판 떠난 묘목 산비탈에 심어져도 터전을 지키고 살아간다 태풍 속에 가뭄 속에도 꿋꿋이 살아가는 야생화가 부럽다 연약한 이파리로 남았다간 모진 세파 살지 못해 떡잎.. 자작글 2007.04.08
최대 황사 최대의 황사 호 당 2007.4.1 누렇게 찌푸린 얼굴에서 뿜어대는 심술 달래다 4월의 해님도 감당 못해 숨어버리고 누런 심술이 내게 쏘아붙이지나 않을까 조심스러워 도사리고 있을 뿐이다 50미터 앞 어여쁜 꽃도 막 태어난 아기에게도 사정없이 너의 부끄러운 자국을 남기다니 연막탄처럼 앞을 가리고 공.. 자작글 2007.04.01
산을 오르며 산을 오르며 호 당 2007.3.29 어눌한 사유의 가슴에 품은 헛된 욕심을 산길 따라올라 정상에 묻고 오리라 작은 소망 한 꾸러미를 푸른 가지에 걸고 용기를 심어주는 바람 따라 오르련다 육신에서 품었던 탐욕과 사악을 땀으로 배어 나와 허공으로 띄우고 헛되지 않은 정성으로 돌탑을 쌓는 마음으로 내 .. 자작글 2007.03.29
봄이오는 길목 봄이 오는 길목 호 당 2007.3.27 산골짜기 계곡에 서 있다 화사한 해 뜬 줄 모르고 흰 이불 덮고 겨울잠을 자고 있는 후미진 모퉁이에도 움츠렸던 몸 기지개 켜고 희망을 피우려고 눈뜬 오리나무 덜 다듬어진 목소리로 봄을 노래 부르는 이름 모른 새 한 마리 초록의 꿈 담아 부는 바람 모두 계절의 골짜기.. 자작글 2007.03.27
종합병원에서 종합병원에서 호 당 2007.3.24 어둠의 그늘을 짊어진 들풀들이 저마다 시드는 풀잎을 깨우려고 소리 없는 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기죽은 언어들이 죽음을 부정하고 찌그러진 아우성으로 몸부림치고 있었습니다 이 골짜기는 영혼의 구름 서쪽으로 사라지고 소리 없는 언어를 끌어안고 슬픔의 눈물.. 자작글 2007.03.24
미나리 : : 미나리 호 당 2007.3.22 겨우내 웅크리고 기다리던 너 봄바람과 함께 눈에 뜨이기 시작했다 열여섯 순정의 풋향기를 한창 날리고 있을 때 발정기의 암내 쫓듯 모여든 입술 입술들 연약한 너를 어르다 한이 차지 않아 잘근잘근 이빨로 애무할 때 야들야들 아삭아삭 상큼한 푸른 향기 매혹하는 음향 짜.. 자작글 2007.03.22
청보리 청 보리 호 당 2007.3.22 막 이삭을 피운 청 보리들판은 온통 푸른 꿈이 가득한데 종달새 한 쌍 하늘 높이 사랑노래 부르더니 청 보리밭에 내려앉았다 첫 사랑의 단꿈을 꾸려나! 4월의 햇볕은 자꾸만 사랑을 재촉하고 봄바람은 청 보리의 젖가슴을 간지럼처서 너울춤으로 울렁거렸다 화사한 봄바람이 부.. 자작글 2007.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