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령 삼수령(三水嶺) 호 당 2006.10.16 올 때는 정답게 손잡고 내렸건만 해발 920 고지에서 분수령으로 갈라서야 했다. 낙동강 한강 오십천으로 각기 살아가야 할 운명 언젠가 한곳에서 악수할 날 그날을 그리며 눈물로 헤어졌다. 각기 다른 운명 타고 고해하지만 한 생애 끝나는 귀결점은 같을 것이니. 자작글 2006.10.18
포항 가는 길목 포항 가는 길목 호 당 2006.10.12 차창밖에 비치는 풍경은 가을이 누렇게 익어갔다. 역마다 들려 안부전하고 간다. 뭐 그리 급할 것 없다 어차피 하루해를 빌려 놓은 날인데 뭐. 기차안의 풍경을 놓칠 수 없다 샛별들로 가득채운 객실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 뿐 간혹 풋 가슴도 있었지만 왁자지껄한 말.. 자작글 2006.10.15
수원 화성 수원 화성 호 당 2006.10.13 네모난 화강석의 조각들이 촘촘히 엮어진 성곽 꿈틀거리는 용 등줄기 따라 가을 햇살이 내리고 있었다. 할 말이야 오죽 많았겠나만 250여 년의 긴 침묵 보람 있어 유네스코에 이름 올린 화성 조상의 숨결이 꿈틀거리는 화성. 성벽 안과 밖은 현대라는 물결이 찰랑거려 콘크리트.. 자작글 2006.10.14
익어가는 벼 익어가는 벼 호 당 2006.10.13 풋내기 때는 세상이 무엇인지 몰랐다 푸른 혈기 왕성할 때 세상이 무서운 줄 몰랐다. 머리 꼿꼿이 세우고 세상 모두가 내 아래 있는 줄 알았다. 폭우에 폭풍 맞기도 하고 구슬 같은 땀 흘리고 갖은 시련과 고통을 쌓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철들어갔다. 오만과 교만은 계절의 흐.. 자작글 2006.10.13
개발 선인장 개발 선인장 호 당 2006.10.12 꽃다운 나이 푸른 웃음 띤 얼굴에 매혹되어 너를 내 가슴에 안았다. 너의 집이 부실하여 이사시켜 준 새집이 적응하느라 심한 몸살 하는구나!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십자가 짊어진 골고다 언덕을 빠져나오라 좌절은 곧 패배이니 불굴의 투지 발휘하라. 아침 햇살 .. 자작글 2006.10.12
한티재에서 한티재에서 호 당 2006.10.11 마음 한 자락 내려놓고 고단한 나래 쉬려고 한티재 휴게소 들리니 날리는 노랫소리 허공을 맴돌다가 앞산에서 메아리치지만 내 마음은 저 멀리 달리고 싶어! 원근 산들은 형형색색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는 세월의 순리는 이길 수 없었는지! 푸르렀던 한순간은 저만큼 멀리 .. 자작글 2006.10.11
지페처럼 지폐처럼 호 당 2006.10.9 분명 너는 세상 밖으로 나올 때 새빨간 홍안을 지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너였다 나 역시 그렇다. 너를 갖기 위해 피땀 흘렸다 그리고 내 생애를 윤택하게 하였지만 항상 내 손에 머물지는 않았다 너 떠남으로써 새로운 삶의 윤택을 가져왔다. 너는 돌고 돌아 너절해졌었지만 너.. 자작글 2006.10.09
잡초 잡초 호 당 2006.10.7 나 바랭이는 넓은 목장에서 한 구획을 차자하고 촌락을 이루었다 목축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아무도 우리를 잡초라 하지 않았다. 어쩌다 씨앗 날려 배추밭에 앉았다 그들과 어깨 겨누고 자랐는데 “이놈의 잡초” 하면서 내쫓았다 너도 내 무리에 자라면 잡초라 할 건가? 쓸모없.. 자작글 2006.10.08
은행나무-1 은행나무 **호 당** 2006.10.6 전생에 연이 닿아 한세상 건너는데 동반자의 뿌리박고 그대와 마주했다. 손 한번 안 잡아도 키스 한번 안 해도 향기로 마주하고 눈빛으로 마주하고 숨결로 마주하면 부부의 정을 받아 풍요로운 가을이면 옥동자 토실토실 귀엽게 키워서 한 대를 남겨놓고. 걸친 옷 훌훌 벗고 .. 자작글 2006.10.07
만남-1 만남-1 호 당 2006.10.2 늦게 찾아 불어온 이 세상 영원한 만남이 없음에 훈훈한 바람이 있을 때 잘하는 것이 봄눈 녹듯 화사스러웠는데 후회를 줄이는 것뿐. 이 바람이 오래갈 것 같지 않다고 너의 얼굴 쳐다보고 생각하면 불안이 앞선다. 원 없이 해어지는 그 진리의 한 가닥에 하기야 만남이 있으면 격.. 자작글 2006.10.05